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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관을 돈으로 짠다.

데라우스티오 2024. 3. 15. 08:32

 

돈은 생산의 징표이며 생산이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가치 있는 것은 돈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돈을 가치로 바꾸는 것은 등가가 아니다. 돈은 숫자로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2022년 법정 지급준비율은 7%이다. 이는 100만 원을 예금 받았다면 7만 원만 남기고 93만 원을 대출해주어도 된다는 말이다. 93만 원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아서 은행은 돈을 번다. 이때, 내 계좌에는 100만 원, 차입자(대출받은 사람)에게는 93만 원이라는 숫자가 찍히게 된다. 100만 원이었던 돈(가치)의 총합은 193만 원이 된다. 이렇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돈은 가치와 등가교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일시에 가치로 교환하려고 한다면 그 풍선은 터지고 만다. 은행은 법정 지급준비율만큼의 돈만 보유하고 그 나머지 돈을 운용하여 돈을 벌기 때문에 일시에 예금자들이 인출하려고 하면 은행은 당장 돌려줄 돈(유동자산)이 없다. 자신이 맡긴 돈을 은행이 돌려주지 못할 경우 예금자들은 은행을 신뢰할 수 없게 되며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로 번질 수 있다.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란 나무를 토막으로 만드는 일, 그 토막에서 종이를 가공하는 일, 바다에서 물고기를 어획하는 일 등의 생산적인 일이다. 나무토막은 나무보다 배송과 보관에 용이하다. 같은 나무라도 정형화된 형태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그 가치가 더 높다. 종이는 문자를 기록할 수 있는 쓰임새가 있다. 포획한 물고기는 먹어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생산된 재화는 그 가치나 쓰임새를 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돈은 그 사람이 가치를 생산하였음의 징표(어음)가 된다. 우리는 이러한 징표(돈)로 타인이 생산한 재화로 교환한다. 이것을 소비라 부른다. 생산된 재화란 누군가가 소비할 재화이다. 생산된 재화는 누군가가 소비(사용)할 필연성 존재한다. 이는 생산된 재화의 의무이기도 하다. 만약, 생산된 재화가 소비(사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요 없는 공급(낭비)이며 과생산이다. 생산에 있어서 소비는 필연적이며 또한 필연적이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생산한다는 것은 소비한다는 것과 동일하다.
 

우리는 나무를 베고 쪼개고 파괴하는 일, 바다에서 물고기를 건져 올려 납치하고 조각내는 일 등을 생산이라고 부르지만, 대지의 어머니이자 여신인 가이아(지구)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자식(생산물)을 인간이 마음대로 가져가 소비(소모)하는 일이다. 인간의 생산은 소비(소모)를 동반하며, 이는 실질적으로는 소비(엔트로피 증가)이다. 실질적인 생산(엔트로피 감소)은 아버지 헬리오스(태양)가 하며 어머니 가이아(지구)는 그 생산으로 우리 인간을 키워낸다. 우리의 아버지 헬리오스(태양)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가페(agapē)로 내어주신다. 인간의 아버지가 일(생산)하여 돈을 벌고 어머니는 그 돈으로 아이를 사랑(아가페)으로 키우듯이 어머니 가이아(지구)는 아버지 헬리오스(태양)의 권능으로 자신의 모든 자식(동식물)들을 키워낸다.
 

우리는 아버지 헬리오스의 강렬한 아가페 그리고 어머니 가이아의 따스한 아가페로 삶을 영위한다. 만약, 이러한 아가페가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없이 아이가 어떻게 자라겠는가? 아가페가 없다면 우리의 지구는 그저 크고 무거운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며 지구는 싸늘하게 식을 것이다. 차가운 얼음, 그 비정함 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모든 식물도, 동물도 얼음덩어리가 되고 나면 무엇을 먹을 수 있으며 무엇이 새로 생겨난단 말인가? 아가페가 없다면 우리는 죽고 만다.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아이이며 아버지의 권능(아가페)에 감복하여야 하며 어머니의 사랑(아가페)에 감사하여야 한다.
 

1931년 7월 13일 베를린에서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가 일어났다. 뱅크런은 은행이 기업에 대출해 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주식 등의 투자 행위에서 손실을 보아 부실해지는 경우, 은행에 돈을 맡겨 두었던 예금주들이 은행이 손실로 인하여 자신이 맡겨두었던 돈을 은행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돈을 인출하려고 몰려드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의미한다. 돈으로 돈을 버는 은행은 돈이 없으면 돈을 벌 수 없다. 정상적으로 수익을 내며 운영하는 은행의 경우에도 단지, 예금주들의 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라는 불안감만으로 뱅크런이 일어난 경우에도 은행을 파산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은행이 파산하면 그 연쇄작용으로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쳐 경제 공황이 일어날 수 있어 정부는 이를 방지하고자 예금자보호법에 의해서 국가에서 예금의 5,000만 원(2022년)까지 보장해준다. 예금이 5,000만 원 이하인 예금주들은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국가에서 5,000만 원까지 국가가 보장해주기 때문에 단순한 불안감으로 인한 뱅크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우리가 어머니 가이아(지구)에게 한 번에 너무 많은 사랑(이득, 이기심)을 바라는 것은 어머니의 파산(멸종)을 초래할 것이다. 어머니의 젖줄(생태계)이 끊어지고 나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살 것이란 말인가? 가이아는 은행과 마찬가지로 생명(돈)으로 생명(돈)을 일군다. 우리는 우리가 소유한 돈의 액면가 그대로 그 가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돈은 숫자로만 존재하며 그 돈을 실질적 가치로 교환해주는 거래처는 우리의 어머니 가이아(지구)이다. 한 번에 그 가치를 인출하려고 한다면 가이아는 뱅크런을 면할 수 없으며 돈의 가치를 보증하는 것 또한 가이아(지구)이다. 숲에서 나무를 자를 때도, 바다에서 물고기를 건질 때도 생명(돈)이 생명(돈)을 벌어줄 기다림이 필요하며 그 아가페에 대해서 감복하며 감사해야 한다. 돈은 숫자로만 존재하는 허상이며 가치를 생산하였다는 것도 허상이다. 인간의 생산이란 생산이 아닌 가이아(지구)를 소비(소모)하는 것이며 실질적인 생산은 가이아(지구)로부터 나온다.
 

닭(생명)은 달걀(생명)을 낳는다. 지구가 소비되어 갈 뿐이라면 무정란이 늘어가는 어느 농장의 정해진 파멸을 기다리는 것과도 같다. 무정란에서 병아리는 태어나지 않는다. 얼마간은 달걀을 먹으며 연명해나가겠지만 마지막 닭(생태계)이 죽고 나면 달걀도 닭도 농장도 인간(먹이사슬)도 없다. 그러한 현실이 다가온 뒤에서야 우리는 은행에 찍힌 돈이 그것이 숫자일 뿐이며 그것으로 달걀을 살 수 없음을 깨달을 것인가? 높게 쌓은 건물을 먹을 수 없음을 깨달을 것인가? 생명을 소중히,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여야 한다. 이 말은 위선이거나 이타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인류, 그리고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기심을 동기로 하는 행위이다. 생태계가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이를 위선이라 비난하는 것은, 고상한 문명인들에 의한 인류의 느린 자살에 동참하는 꼴과 같다. 자연 보호는 이기심이며 그 이기심에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살기 위해서 말이다. 죽음으로 가는 길은 선(善)이 아니며, 삶으로 가는 길은 위선(僞善)이 아니다.
 

어머니 가이아(지구)의 사랑(agapē)이 없는 삶, 과연 행복할까? 아이는 부모의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이라는 아이는 마치, 사랑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오만방자하며 돈을 권능이라 착각한다. 인간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부모에게만 난폭한 방구석 히키코모리이다. 그런 자식이라도 부모는 사랑으로 키우지만 말이다. 아버지 헬리오스가 없다면, 어머니 가이아가 죽어버린다면 그 히키코모리의 방은 히키코모리의 관이며 묘지가 될 것이다.
※히키코모리: 정신적인 문제나 사회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따위로 인하여 사회적인 교류나 활동을 거부한 채 집 안에만 있는 사람. ※우주는 거대한데 지구라는 방안에서만 여포이며 또한 가이아에게만 흉포한 인간 놈들에게 알맞은 칭호이다.
 

우리 오만한 인간이 묻힐 관이며 묘지의 모습을 보라. 오만한 인간이 묻히기엔 사치스럽고 아름답다.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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