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지구의 중심은 어디이며 중력이란 어디에 있는 것이고 나는 어디에 있는가?

세계지도를 만든다면, 굳이 자신의 나라를 지도 변방에 넣어서 만드는 경우는 없을 것이며
그 세계지도의 중심은 그 지도를 제작한 국가가 될 것이다.
각 국가가 자신의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지도를 만들며 그것은 자연스럽다.
세계지도의 중심은 모든 국가이며 또한 아니다.
지구의 중심은 모든 곳이며 또한 아니다.

지구가 존재하는 것을 보니 중력이 존재한다.
지구를 나누니 바위가,
바위를 나누니 모래가,
모래를 나누니 원자가,
원자를 나누니 쿼크가 나왔다.
중력은 보이지 않는다.
물질을 전부 나누어 보니
인력과 척력만이 존재할 뿐, 중력은 보이지 않는다.
인력과 척력은 어디서 온 것인가?

머리를 갈라보니 뉴런이 보인다.
뉴런을 관찰하니 서로 다른 뉴런과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다.
전기 신호는 있었다, 없었다 한다. 전기 신호는 0과 1을 표현할 뿐이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전기 신호인가?
나는 0과 1으로 설명될 수 있는 존재인가? 나는 0과 1인가?

나는 머릿속으로 동그라미를 상상한다.
당장 내 머리 뼈를 박살 내고, 내 모든 뇌세포를 뒤져보아라.
내가 머릿속에 숨겨둔 동그라미를 찾아보아라.
찾았나? 나는 여전히 동그라미를 상상한다. 내 머릿속에서 말이다.
내 머릿속에서 동그라미가 어디 있나?
전기신호가 있었다, 없었다 할 뿐이다.
동그라미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동그라미는 보이지 않는다.
면밀히 연구한다면 내가 동그라미를 상상할 때,
특정 뇌세포들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결론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전기신호의 패턴이 동그라미라고 주장할 셈인가?
동그라미가 무엇인지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전기 신호일 뿐이다.

내 머릿속에는 모든 것이 있으나, 나의 사고, 나의 자아, 나의 영혼이 있으나
내 머리뼈를 열어보니 보이는 것은 전기신호만 돌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0과 1으로 정리할 수 있을 뿐, 머릿속에 있는 것이, 머릿속을 보니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디 있는가?
중력은 어디 있는가?
중심은 어디인가?
신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있으나 없다.
그곳에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존재한다.
생각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르네 데카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