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다한 아무 생각

어떤 나무는 이름이 없다.

데라우스티오 2024. 3. 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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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에는 사과나무라는 이름이 있으나 어떤 나무는 이름이 없다.
사과나무 주변에는 동물들이 자주 오나, 어떤 나무는 어떤 동물도 오지 않는다.

사과나무는 열매가 열리나 어떤 나무는 열리지 않는다.
그 열매는 다른 동물이 먹고, 사과나무의 씨앗은 널리 퍼진다.
어떤 나무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어느 땅 한 쪽에,
그저 홀로 존재할 뿐이며 말라가고 있다.

그 나무는 이름이 없다.
그 나무는 이제 없다.

어떤 나무는 이름이 없었고,
이제는 존재마저도 없다.
우리는 그 나무의 이름을 모른다.
이름만 모르는 것이 아니다.
존재했는지조차 모른다.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존재했다는 흔적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이 존재했었다고 생각하는,
한낱 어떤 나무의 짧은 망상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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