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는 흰 쥐와 검은 쥐가 여러 마리가 있었다.
실험실에서 무엇을 실험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흰 쥐와 검은 쥐의 대우는 확연히 달랐다.
흰 쥐가 먹고 남기거나 먹지 않는 먹이를 검은 쥐에게 주었다.
흰 쥐의 공간은 넓고 놀이 시설은 다양하였고 온도, 습도도 조절되었다.
검은 쥐의 공간은 좁고 놀이 시설은 없으며 덥거나 춥고, 습하거나 건조하다.
어느 날, 희지도 검지도 않은 쥐가 흰 쥐들에게 가서 말하기를 '신은 우리를 사랑하시며 행복하기를 바라신다.'라고 전하였다. 흰 쥐들은 딱히 논쟁하지 않았고 신의 존재를 믿었다.
그 뒤, 희지도 검지도 않은 쥐가 검은 쥐들에게 가서 말하기를 '신은 우리를 사랑하시며 행복하기를 바라신다.'라고 전하였다. 검은 쥐들은 격하게 분노하며 온갖 논문과 과학적 사실로 신의 존재를 반박하였다.
그 중 어느 검은 쥐 한 마리는 생각하였다.
'신이 존재함에도 행복하지 않다면 신에게 버림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신은 존재하지 않는 편이 낫다.'
또 다른 검은 쥐 한 마리는 다른 생각을 하였다.
'이것은 신의 시련이다. 신은 우리를 사랑하시며 행복하길 바란다. 그렇기에 담금질하실 뿐이다.'
또 다른 어느 날, 흰 쥐들이 사는 곳의 벽에 금이 갔고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지 않았다.
양질의 먹이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흰 쥐들 또한 신을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흰 쥐 중 한 마리는 생각하였다.
'이것은 신의 시련이다. 신은 우리를 사랑하시며 행복하길 바란다. 그렇기에 담금질하실 뿐이다.'
신이란 넓은 집, 양질의 식사, 시원한 에어컨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시련의 고통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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